Maker t Market Watch Watch · 가 불거져 진통을 겪기도 했지만 깊은 국물 맛으로...

1
상하이에 인사동이 들어섰다. 상하이의 한인타운 훙취안루(虹泉路) 지역을 두고 하는 말이다. 중국 인들에게 입소문이 나서 주말에는 인근 도로가 꽉 꽉 막혀 오도 가도 못하고, 한국 식당이나 떡볶이 테이크아웃점에는 백 명 가까운 사람들이 줄을 길 게 늘어서 있는 진풍경이 벌어진다. 대박이 터진 한인타운의 변화뿐 아니라 늘어선 줄이 줄어들기 만을 참을성 있게 기다리는 중국 소비자의 인내심 도 참 대단하다는 생각이 든다. 그런데 한인타운의 ‘울트라 메가톤급’ 블루칩이 이것만 있는 것은 아 니다. 이미 오래전부터 이곳에 들어선 상하이의 한 국식 커피숍은 중국인들로 북적인 지 오래다. 그중 에서 가장 성공한 것이 만(Mann)카페다. 다양한 고객층 흡인하는 한국식 만카페의 성공 최근 몇 년간 중국에서는 가맹 영업 관리가 제대로 입주해서 비즈니스 목적을 가진 사람들의 방문이 많다. 내가 근무하는 사무실 1층에도 스타벅스 매장 이 있는데, 커피를 사려는 사람들의 줄이 항상 길게 늘어서 있고 각종 미팅을 위해 빽빽이 앉아 있는 사 람들로 북적인다. 주택가에 자리한 스타벅스를 제 외하고는 조용히 책을 보거나 시간을 때우기 위해 스타벅스를 찾기는 어렵다. 반면에 만카페는 실내 에 나무가 자라나는 것처럼 꾸미고 통나무 느낌의 테이블과 의자 등 전원풍으로 꾸며져 있어 편안한 느낌을 준다. 점포마다 약간씩 인테리어가 다르지 만 한인타운의 만카페 1층에는 각기 다른 샹들리에 가 곳곳에 달려 있고, 2층에는 책꽂이에 각종 책이 꽂혀 있고 적벽돌을 그대로 노출시켜 놓은 벽면 인 테리어가 무위(無爲)적인 편안함을 준다. 이곳에는 비즈니스 미팅을 위해 찾는 사람이 거의 없다. 친구 를 만나거나, 혼자 조용히 시간을 보내고 싶은 사람 들, 또는 가족과 대화를 나누고 싶은 사람들이 이곳 을 찾는다. 아무리 오래 있어도 나가달라고 눈치를 주는 분위기가 아닐 뿐 아니라 달달한 음료를 좋아 하는 중국인들을 겨냥해 부드럽고 달착지근한 라 테를 십여 종 이상 갖추고 있다. 10대부터 가족 단위 손님들까지 다양한 고객층을 흡인하는 힘이 스타 벅스가 커버하지 못하는 경쟁력이고 이곳이 성업 중인 이유다. 중국 소비자의 입맛을 공략하는 맥도날드 중국의 프랜차이즈 업종은 요식이 대표적이지만 의류, 가구, 가정용품, 자동차, 미용, 액세서리, 교 육, 호텔, 세탁 등으로 광범위하다. 중국 프랜차이 즈 업계가 경쟁적으로 수치와 실적을 내놓던 2000 년대 말과는 달리 지금은 무척 잠잠하다. 내수 침체 의 여파를 겪고 있을 뿐 아니라 인건비와 임대료 상 승, 가맹점주와 본부와의 분쟁, 경쟁 과열 등으로 골치가 아프기 때문이다. 그런데 얼마전 중국 맥도날드가 가맹 영업을 하 겠다고 선포했다. 중국 500여 개 도시에 4000여 개 체인점을 갖춘 KFC에 비해 맥도날드의 체인점은 1500여 개에 불과하다. 물론 중국인들이 즐겨먹는 닭고기를 주재료로 하는 KFC와 달리 쇠고기 패티를 위주로 했던 맥도날드는 아무리 경영전략을 잘 짜 도 식감 면에서 KFC를 넘어서기 어려웠을 것이다. 이제 맥도날드는 중국 시장에서 KFC에 뒤져도 한 참 뒤지는 ‘느림의 미학’을 버리고 상하이, 후이저우 ( 惠州), 선전( 深圳), 청두( 成都), 루저우( 泸州) 등 5개 도시를 대상으로 대대적으로 가맹점을 모집 중이다. 이외에 중국에서 절대적인 영향력을 행사하는 요식 체인점 중에는 아지센 라면, 융허따왕 등 일본·대만 계 브랜드가 있다. 아지센 라면은 몇 년 전 돼지사골 을 우려낸 육수가 광고만큼 영양가가 없다는 문제 가 불거져 진통을 겪기도 했지만 깊은 국물 맛으로 속풀이를 원하는 중국인의 입맛을 여전히 사로잡고 있다. 융허따왕은 중국인들이 즐겨먹는 또우쟝(콩 물)과 요우티아오(꽈배기 같이 생긴 튀김빵)로 유명 한 곳이다. 당연한 얘기지만 이런 기업들 모두 중국 인이 좋아하는 식감과 맥을 같이한다는 공식이 나온 다. 이 때문에 맥도날드 역시 치킨류를 늘리고 생선 이나 닭고기 패티의 햄버거를 개발해 중국 소비자의 혀끝을 사로잡기 위해 분주하다. 문화 이해가 프랜차이즈 사업 성공의 길 몇 년 전 나는 중국 최대의 세탁 프랜차이즈 기업인 샹왕의 황진넝(黃金能) CEO를 만난 적이 있다. 대 만에서 유명한 세제기업 CEO였던 그는 중국 세제 시장을 개척하러 왔다가 여의치 않자 세제를 알리 기 위해 세탁 프랜차이즈를 시작했다. 중국 프랜차 이즈업계에서는 황 회장처럼 성공한 대만인이 많다. 중국대륙 사람의 기호와 욕구를 잘 이해하고 언어와 문화적 이해가 높은 그들은 중국 서비스업 성공의 기본 자질인 인력 운용 노하우도 잘 갖췄다. 중국 프 랜차이즈 업계에서 성공하려면 대만인들만큼은 안 되더라도 중국인들의 기호와 문화, 생활에 정통할 필요가 있다. 남부럽지 않던 황 회장이 중국에서 세 탁업을 시작하면서 타고 다니던 벤츠를 버리고 중국 을 처음부터 알자는 목적으로 자전거를 구해 이 골 목 저 골목을 오랜 기간 돌아 다녔다는 것은 시사하 는 바가 크다. 경쟁이 더없이 치열한 중국 프랜차이 즈 업계에서 성공이란 고통스러운 대가를 치른 기업 에만 돌아가는 정글 속 고기 한 점인 것이다. 김명신 KOTRA 상하이무역관 차장 [email protected] 안 돼 유명했던 브랜드마다 고배를 마시고 가맹점 을 인수해 직영으로 바꾸는 사례가 빈번했다. 잘나 가던 샤오페이양(小肥羊)이라는 샤브샤브점이 분 점마다 들쑥날쑥 영업하면서 원성이 높아져 브랜 드 이미지에 직격탄을 입었던 것이 대표적인 예다. 정글에서 생존하는 것만큼이나 어려운 중국 프랜 차이즈 시장에서 우리 브랜드 만카페는 가맹점을 빠르게 넓혀 나가며 성공한 한국계 프랜차이즈 기 업으로 뿌리내렸다. 만카페는 스타벅스가 꽉 잡고 있는 중국 커피숍 시장에서 안정적으로 성장하며 50여 개의 분점을 갖고 있다. 중국 전역에 1000개 의 분점을 내며 승승장구하고 있는 스타벅스와 점 포 수에서 비교하기는 어렵지만 만카페가 스타벅 스의 아성에도 불구하고 꿋꿋이 성장하는 이면에 는 그곳만의 특별함이 있다. 우선 스타벅스는 오피스빌딩이나 쇼핑몰에 많이 Market Watch 상하이 시민들이 비가 오는데도 훙취안루 지역 한국 음식점 앞에 길게 줄 서 있다 중국에 진출한 한국 프랜차이즈 빵집 경쟁 치열한 중국 프랜차이즈 업계 한국계 성공사례 등장 중국 Market Watch 가맹점 관리 어려워 실패율 높아 중국인의 기호, 문화 이해해야 성공 2003 36.0% 2004 2005 2006 2007 2008 2009 2010 0 2468101214만 (%) 50 40 30 20 10 0 매출액 증가율 9.8% 2만82 15중국 100대 체인점 소속 회사의 수(왼쪽)와 총 매출액 증가율 50 Chindia plus April 2014 51

Transcript of Maker t Market Watch Watch · 가 불거져 진통을 겪기도 했지만 깊은 국물 맛으로...

Page 1: Maker t Market Watch Watch · 가 불거져 진통을 겪기도 했지만 깊은 국물 맛으로 속풀이를 원하는 중국인의 입맛을 여전히 사로잡고 있다. 융허따왕은

상하이에 인사동이 들어섰다. 상하이의 한인타운

훙취안루(虹泉路) 지역을 두고 하는 말이다. 중국

인들에게 입소문이 나서 주말에는 인근 도로가 꽉

꽉 막혀 오도 가도 못하고, 한국 식당이나 떡볶이

테이크아웃점에는 백 명 가까운 사람들이 줄을 길

게 늘어서 있는 진풍경이 벌어진다. 대박이 터진

한인타운의 변화뿐 아니라 늘어선 줄이 줄어들기

만을 참을성 있게 기다리는 중국 소비자의 인내심

도 참 대단하다는 생각이 든다. 그런데 한인타운의

‘울트라 메가톤급’ 블루칩이 이것만 있는 것은 아

니다. 이미 오래전부터 이곳에 들어선 상하이의 한

국식 커피숍은 중국인들로 북적인 지 오래다. 그중

에서 가장 성공한 것이 만(Mann)카페다.

다양한 고객층 흡인하는 한국식 만카페의 성공

최근 몇 년간 중국에서는 가맹 영업 관리가 제대로

입주해서 비즈니스 목적을 가진 사람들의 방문이

많다. 내가 근무하는 사무실 1층에도 스타벅스 매장

이 있는데, 커피를 사려는 사람들의 줄이 항상 길게

늘어서 있고 각종 미팅을 위해 빽빽이 앉아 있는 사

람들로 북적인다. 주택가에 자리한 스타벅스를 제

외하고는 조용히 책을 보거나 시간을 때우기 위해

스타벅스를 찾기는 어렵다. 반면에 만카페는 실내

에 나무가 자라나는 것처럼 꾸미고 통나무 느낌의

테이블과 의자 등 전원풍으로 꾸며져 있어 편안한

느낌을 준다. 점포마다 약간씩 인테리어가 다르지

만 한인타운의 만카페 1층에는 각기 다른 샹들리에

가 곳곳에 달려 있고, 2층에는 책꽂이에 각종 책이

꽂혀 있고 적벽돌을 그대로 노출시켜 놓은 벽면 인

테리어가 무위(無爲)적인 편안함을 준다. 이곳에는

비즈니스 미팅을 위해 찾는 사람이 거의 없다. 친구

를 만나거나, 혼자 조용히 시간을 보내고 싶은 사람

들, 또는 가족과 대화를 나누고 싶은 사람들이 이곳

을 찾는다. 아무리 오래 있어도 나가달라고 눈치를

주는 분위기가 아닐 뿐 아니라 달달한 음료를 좋아

하는 중국인들을 겨냥해 부드럽고 달착지근한 라

테를 십여 종 이상 갖추고 있다. 10대부터 가족 단위

손님들까지 다양한 고객층을 흡인하는 힘이 스타

벅스가 커버하지 못하는 경쟁력이고 이곳이 성업

중인 이유다.

중국 소비자의 입맛을 공략하는 맥도날드

중국의 프랜차이즈 업종은 요식이 대표적이지만

의류, 가구, 가정용품, 자동차, 미용, 액세서리, 교

육, 호텔, 세탁 등으로 광범위하다. 중국 프랜차이

즈 업계가 경쟁적으로 수치와 실적을 내놓던 2000

년대 말과는 달리 지금은 무척 잠잠하다. 내수 침체

의 여파를 겪고 있을 뿐 아니라 인건비와 임대료 상

승, 가맹점주와 본부와의 분쟁, 경쟁 과열 등으로

골치가 아프기 때문이다.

그런데 얼마전 중국 맥도날드가 가맹 영업을 하

겠다고 선포했다. 중국 500여 개 도시에 4000여 개

체인점을 갖춘 KFC에 비해 맥도날드의 체인점은

1500여 개에 불과하다. 물론 중국인들이 즐겨먹는

닭고기를 주재료로 하는 KFC와 달리 쇠고기 패티를

위주로 했던 맥도날드는 아무리 경영전략을 잘 짜

도 식감 면에서 KFC를 넘어서기 어려웠을 것이다.

이제 맥도날드는 중국 시장에서 KFC에 뒤져도 한

참 뒤지는 ‘느림의 미학’을 버리고 상하이, 후이저우

(惠州), 선전(深圳), 청두(成都), 루저우(泸州) 등 5개

도시를 대상으로 대대적으로 가맹점을 모집 중이다.

이외에 중국에서 절대적인 영향력을 행사하는 요식

체인점 중에는 아지센 라면, 융허따왕 등 일본·대만

계 브랜드가 있다. 아지센 라면은 몇 년 전 돼지사골

을 우려낸 육수가 광고만큼 영양가가 없다는 문제

가 불거져 진통을 겪기도 했지만 깊은 국물 맛으로

속풀이를 원하는 중국인의 입맛을 여전히 사로잡고

있다. 융허따왕은 중국인들이 즐겨먹는 또우쟝(콩

물)과 요우티아오(꽈배기 같이 생긴 튀김빵)로 유명

한 곳이다. 당연한 얘기지만 이런 기업들 모두 중국

인이 좋아하는 식감과 맥을 같이한다는 공식이 나온

다. 이 때문에 맥도날드 역시 치킨류를 늘리고 생선

이나 닭고기 패티의 햄버거를 개발해 중국 소비자의

혀끝을 사로잡기 위해 분주하다.

문화 이해가 프랜차이즈 사업 성공의 길

몇 년 전 나는 중국 최대의 세탁 프랜차이즈 기업인

샹왕의 황진넝(黃金能) CEO를 만난 적이 있다. 대

만에서 유명한 세제기업 CEO였던 그는 중국 세제

시장을 개척하러 왔다가 여의치 않자 세제를 알리

기 위해 세탁 프랜차이즈를 시작했다. 중국 프랜차

이즈업계에서는 황 회장처럼 성공한 대만인이 많다.

중국대륙 사람의 기호와 욕구를 잘 이해하고 언어와

문화적 이해가 높은 그들은 중국 서비스업 성공의

기본 자질인 인력 운용 노하우도 잘 갖췄다. 중국 프

랜차이즈 업계에서 성공하려면 대만인들만큼은 안

되더라도 중국인들의 기호와 문화, 생활에 정통할

필요가 있다. 남부럽지 않던 황 회장이 중국에서 세

탁업을 시작하면서 타고 다니던 벤츠를 버리고 중국

을 처음부터 알자는 목적으로 자전거를 구해 이 골

목 저 골목을 오랜 기간 돌아 다녔다는 것은 시사하

는 바가 크다. 경쟁이 더없이 치열한 중국 프랜차이

즈 업계에서 성공이란 고통스러운 대가를 치른 기업

에만 돌아가는 정글 속 고기 한 점인 것이다.

김명신 KOTRA 상하이무역관 차장

[email protected]

안 돼 유명했던 브랜드마다 고배를 마시고 가맹점

을 인수해 직영으로 바꾸는 사례가 빈번했다. 잘나

가던 샤오페이양(小肥羊)이라는 샤브샤브점이 분

점마다 들쑥날쑥 영업하면서 원성이 높아져 브랜

드 이미지에 직격탄을 입었던 것이 대표적인 예다.

정글에서 생존하는 것만큼이나 어려운 중국 프랜

차이즈 시장에서 우리 브랜드 만카페는 가맹점을

빠르게 넓혀 나가며 성공한 한국계 프랜차이즈 기

업으로 뿌리내렸다. 만카페는 스타벅스가 꽉 잡고

있는 중국 커피숍 시장에서 안정적으로 성장하며

50여 개의 분점을 갖고 있다. 중국 전역에 1000개

의 분점을 내며 승승장구하고 있는 스타벅스와 점

포 수에서 비교하기는 어렵지만 만카페가 스타벅

스의 아성에도 불구하고 꿋꿋이 성장하는 이면에

는 그곳만의 특별함이 있다.

우선 스타벅스는 오피스빌딩이나 쇼핑몰에 많이

Market Watch

상하이 시민들이 비가 오는데도 훙취안루 지역 한국 음식점 앞에 길게 줄 서 있다중국에 진출한 한국 프랜차이즈 빵집

경쟁 치열한 중국

프랜차이즈 업계

한국계 성공사례 등장

중국

Market Watch

가맹점 관리 어려워 실패율 높아

중국인의 기호, 문화 이해해야 성공

2003

36.0%

2004 2005 2006 2007 2008 2009 2010

0

2만

4만

6만

8만

10만

12만

14만(%)50

40

30

20

10

0

매출액 증가율

9.8%2만82

15만

중국 100대 체인점 소속 회사의 수(왼쪽)와 총 매출액 증가율

50 Chindia plus April 2014 51